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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파동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우주 속의 모든 것들은 파동한다 파동하는 우주 속에서파동하는 존재인 나 그러므로 서로를 만난다는 것은파동이 파동과 공명한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 연지에서 파동하는 내가 파동하는 연꽃과 만나 한 물결로 출렁이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빈숲 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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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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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蓮池) 사방에 연꽃들이 다투어 피고 있다모두 아름답고 눈부시다 시선이 마주한 연꽃 앞에 선다내가 연꽃을 볼 때 연꽃도 나를 본다 지금 마주한 이 연꽃은 이번 생에서 처음 만나는 이 지상에 오직 하나 뿐인 그 연꽃임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 만남이 이렇게 만나는 마지막 그 만남이기도 하다는 것을 두 손을 모은다온 우주가 한 송이 꽃으로 충만하다 빈숲 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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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5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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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올라가자 연지의 연꽃들이 다투어 피고 있다 더위 가운데서도 서늘하게 피어난 연꽃의 자태가 더없이 아름답고 우아하다 이 연꽃들 가운데 어떤 꽃이 더 아름다운가 더 기품이 있고 우아한 것인가 더 아름답게 핀 연꽃을 사진으로 담아 나누려고 이 꽃 저 꽃을 찾다가 문득 드는 한 생각이 아름다움에도 우열이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아름다움이 있다면 그것은 모든 연꽃이, 모든 존재가 제각기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을 뿐이리라 그것을 비교하여 더 아름답거나 덜 아름답게 여기고 느끼는 것은 아름다움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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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5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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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주가 30를 넘어서는 더위가 시작되었다이제부터 여름이다 더위 속에서 서늘하게 피어나는 꽃연꽃의 계절이 왔다 연지에 나가 맨발로 걸으며올해에 처음으로 피어난 연꽃을 맞는다 처염상정(處染常淨)의 꽃,세상 속에 머물되 거기에 물들진 말라고 올해도 다시 일깨운다 고마움 담아 두 손 모은다 빈숲 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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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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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용서하세요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하와이 원주민 사이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오고 있는 호오포노포노라는 기도를 축약한 기도문으로 알려져 있다 치유의 기도, 기적의 기도문으로도 알려져 있어 많은 이들이 즐겨하는 기도 가운데 하나이다 이 기도의 핵심은 일어난 일의 모든 책임은 나로 말미암은 것임을 받아들이는 데 있다 누가 나에게 저지른 잘못이라고 생각되는 것조차도 그 원인을 거슬러 찾아보면 결국 나에게서 비롯한다는 무한 책임의 인정이다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도 내어놓으라는 말씀과도 다가있다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것은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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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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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의 여정에서 영랑호에 들린다 신라의 사선(四仙) 가운데 한 분인 화랑 영랑(永郞)이 그 풍광에 반하여 머물러 지냈다는 전설처럼 영랑호의 풍광이 빼어나다 푸른 호수의 맑은 물빛에 기대어 바라보면 멀리 설악산 대청봉을 중심으로 한 여러 준봉들과 가까이 울산바위의 위용까지 한 눈에 다가온다 호수의 맑은 물빛 속을 떼지어 유영하는 물고기들의 몸짓이 또한 생기롭고 자유롭다 아름답다아름다운 강산이다 저 설악산에는 산양과 반달가슴곰이 자유롭게 뛰놀고이 호수와 바다에는 물고기들이 마음껏 유영하는, 산과 바다의 사이에는 사람들이 서로를 모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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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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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는 아침마다 해가 뜬다 바람이 거세거나눈비가 내릴 때에도동해에는 아침이면 어김없이 해가 뜬다 동해의 일출이다 사람들은 비가 와서, 구름이 끼어 해가 뜨지 않는다고도 하는데여태 동해에서 하루도 해가 뜨지 않은 아침은 없었다 동해에선 눈비가 오고 바람이 심한 날에도 아침이면 언제나 어김없이 해는 떠올랐다 다만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해가 떠오르지 않았다고 이야기할 뿐 빈숲 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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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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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으로 분단된 나라 안에 금강산도 남북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을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 남쪽 금강산 자락, 일만 이천봉이라고 일컫는 그 숱한 금강산 봉우리 가운데 제일봉이라는 신선봉을 바라볼 수 있는 신선대를 오른다 이 산자락도 이 땅의 사람들이 그립다고 노래하던 그 금강산이다 운해, 구름바다 속을 헤쳐 신선대를 오르니금강산 제일봉은 더 깊은 운해 속에 잠겨있다 언젠가 이 짙은 운해가 걷히면 거기 더 빼어난 자태의 금강산이 드러나리라 운해 속의 신선대에서철조망 없고 경계 없는 그런 날들이 빨리 오기를 새들처럼, 구름처럼 그렇게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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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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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不二)란 둘이 아니라는 말이다 불이문(不二門)을 지나며 무엇이 둘이 아닌지를 생각한다 번뇌와 보리가 둘이 아니고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니라면 진리란 둘이 아니라는데세상은 모든 것을 한사코 나누고 쪼개고 있다 하늘과 땅뭍과 바다남자와 여자, 좌와 우, 삶과 죽음 이것이 없이는 저것 또한 없는데무엇을 나누고 쪼개어 편가르는 것일까 깨어난다는 것은 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일지도 모른다 불이문을 지나며 세상은 모두 다른 모습의 하나라는 것을 어떻게 둘이 아닌지를 생각한다 빈숲 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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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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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바닷가의 해질녘에 무지개가 떴다 눈 앞에서 한 줄기 아름다운 채색의 빛 기둥이 일어나더니 차츰 형태를 키우며 건너 해안 언덕으로 가닿아 완벽한 반원을 이루었다 그러다가 다시 처음의 휘어진 채색 빛기둥으로 돌아와 한동안 머무는 사이에 그 옆으로 흐릿하지만 또 하나의 무지개가 떴다쌍무지개다얼마 만에 다시 보는 무지개인가한동안 무지개마저 사라진 세상이라고 한탄하곤 했다 꿈과 희망과 평화의 상징이던 그 무지개마저 사라진 세상에서 우리의 남은 희망이란 무엇인가 하고 서로 다른 색깔로 빚어낸 완벽한 조화와 공존그것이 아름다움이고 평화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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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4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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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 왔다남녘바다 가까운 곳에서 출발하여 설악산 가까운 동해바다로 다도해의 섬들로 아기자기한 남해안에서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이 가물한 동해안으로 이 바다를 이어 끝모를 수평선 그 너머에 있는 곳은 어디일까그곳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서해라 부를 것이다 쉼없이 밀려오가는 파도가 마치 바다의 들숨 날숨 같다 거대한 한 생명과 마주하여 그 깊은 숨소리를 듣는다 빈숲 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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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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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에 나가 앉아 새 소리를 듣는다오늘 아침에 주로 들리는 새 소리는 산비둘기 소리다 산비둘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 소리가 내게는 구슬프게 들린다 새들이 우는 까닭을 나는 알지 못하지만 지금 저 산비둘기가 이쪽저쪽에서 서로 주고받으며 소리하는 것은 구애의 노래이거나 초대의 소리일 수도 있는데 내게는 그 소리가 왜 그리 구슬프게 들리는 것일까 뻐꾸기 소리도, 직박구리 소리도 함께 들려온다저 모두 살아있는 것들의 간절한 외침일 것이다 어느새 유월도 중순이다이 계절, 살아있는 것들이 모두 탈없이 지내기를 기도한다 빈숲 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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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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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숨에 몸을 맡기고 날숨에 몸을 맡긴다 내가 숨쉬는 게 아니라숨이 나를 절로 들이쉬고 내쉬게 한다 심장이 뛰는 것을 살아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매순간 심장이 뛰어 지금 이리 살아있는 것도 내가 아니라 심장이 절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이 절로 바다에 가닿듯남은 날을 그렇게 맡기고 흐를 수 있기를 해야만 한다는 것도하지 않아야 하는 것도 없이 빈숲 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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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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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고 있는 내가 죽어가고 있는 당신을 향한 사랑과 축복 빈숲 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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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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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 앉아 흐르는 강을 본다 이 강은 어디서 흘러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남상(濫觴)이란 말이 있다술잔에 겨우 넘칠 정도의 작은 물이라는 뜻으로,큰 강물도 그 근원(根源)은 술잔이 넘칠 정도(程度)의 작은 물에서 시작(始作)한다는 의미이다 이 강의 시원(始源), 그 첫 발원한 샘은 어디일까 그 샘에서 솟아난 남상(濫觴)의 물이 잇고 이어져 이리 흘러와 흘러가고 있음을, 그렇게 흘러가 마침내 가닿을 그 바다를 생각한다 나 또한 저 강과 같다면나의 시원, 그 첫 조상은 누구일까 저 강이 숱한 샛강을 품어 여기에 이르렀듯그 시원의 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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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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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서울 나들이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탄다 역, 또는 역참(驛站)이란 말(馬)이 주요한 이동수단, 탈 것이었을 때 그 말을 쉬게 하거나 갈아타는 곳이었다 오늘 나는 말을 타고 내리던 그 역에서 말 대신에 기차라고 부르는 철마(鐵馬)를 타고 간다 하루에 천리(千里)를 달릴 수 있는 말을 천리마(千里馬)라고 하여 명마 중의 명마라고 했다는데,오늘 내가 타고 가는 이 철마는 그 천릿길을 세 시간이면 넉넉히 달릴 수 있다 세상은 이렇듯 놀랍도록 달라졌는데말 대신에 철마를 타고 순식간에 이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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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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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렵지 않은데 억지로 누려고 하면 힘들던 똥도 때 되면 그냥 절로 나온다 씨 뿌릴 때가 있고 거둘 때가 있듯이 모든 일에는 저마다의 때가 있다 말할 때가 있고 귀기울여 들어야 할 때가 있고깊은 침묵에 잠겨야 할 때가 있다 그 때를 아는 것이 지혜이고때에 맞추어 사는 것이 지혜로운 삶일 것이다 때에 맞추어 몸을 쓸 줄 안다면 낮은 곳으로만 흘러 절로 바다에 이르는 강처럼 삶의 나날을 애쓰지 않고도 즐길 수 있으리라 빈숲 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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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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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한다는 것은가슴에 품는다는 것이다 먼저 떠난 이를 가슴에 품고 산다는 것은 그의 꿈과 사랑과 기도와 함께한다는 것이다 내가 가는 곳에 그도 함께 가고내가 바라보는 곳에 그의 시선도 함께 있는 것이다 그리움을 품고 사는 이의 걸음과 사랑과 기도가 더욱 깊고 오롯한 까닭은품고 있는 그 사람의 사랑과 기도가 거기에 더해져 있기 때문이다 빈숲 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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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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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이 있으면 안이 있고안이 있으면 또한 밖이 있다 드러나 보이는 것이 있다면 가려져 숨겨진 것이 또한 있는 것이다 이렇듯 안이 없이는 바깥이 따로 있을 수 없으니언제나 이 둘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이다 빛이 있어 그림자가 있는데어떻게 그림자만 없기를 바라는가 화광동진(和光同塵),그림자와 더불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을 생각한다 빈숲 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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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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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분리된 문명이 이대로는 더이상 지속될 수 없다면 이젠 자연과 함께 사는 길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자연과 함께 사는 길,그것은 다시 숲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숲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사람들의 자연 속 본향(本鄕)인 숲 속에 삶을 다시 깃들게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를 떠나 삶의 근거를 숲속으로 옮기는 길이 쉽지 않는 일이라면 다른 한 방도는 숲을 도시에도 깃들게 하는 것이다 사람이 만든 도시와 자연이 일군 숲이 서로를 품고 함께 조화로울 수 있을 때 비로소 새로운 세상과 그 문명이 열릴 수 있으리라 마당이 정원 숲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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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4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