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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주: 동기 여러분이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제 졸고 회상록은 17편 작성을 끝으로 1부를, 중간휴식도 필요할 듯해 잠정 완료하려 합니다. 예정된 다른 동기들의 자서전 소개들이 한 바퀴 돌아 끝나면 그 때 독일유학 시절과 귀국 후 직장시절의 회상기억들을 끌어모아 2부를 다시 시작할 겝니다. 이 점 양지해 주시기 바라네요. 1. 빡빡했던 논문제출 시험준비 국내에서는 말도 안 되는 정권 도적질이 일어난 상황에서 암울한 우리의 정치적 앞날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가 오리무중인
김재민의 우물쭈물 한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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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7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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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허겁지겁 수업 따라가던 ‘79년 1~2학기 시절 ‘79년 2월 말 정들었던 이문동 생활을 청산하고 신촌으로 건너가 신촌극장 길 건너편에 있는 주택가에서 하숙집을 대문에 붙은 ’하숙침‘ 광고를 보고 복불복이라 여기며 대충 정했다. 이 집은 이층 양옥으로 겉모양이 그럴싸해 들어갔는데 며칠 지내보니 아래채에 사는 주인 여자의 야박한 인심과 주방을 맡은 고용 아줌마의 성의 없는 음식솜씨 및 식탁에 올려놓는 반찬들이 수준이하라서 ‘아이가, 이게 아닌데’ 싶었다. 하지만 2층 방에 미리 들어가 있던 룸메이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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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4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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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외무고시에의 관심 대학생활 중 가장 괜찮았다 여겨진 ‘77년을 보내고 ’78년을 맞았다. 이제 병역과 취업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대학원 진학이라는 선택지도 열어놓아야 했다. ‘77년 겨울부터 부친은 ’니는 고시 같은 데는 한번 도전하지 않나?‘ 하고 이 나라 부모들이 당시 자식들에게 기본적으로 많이 품던 기대감을 지나가는 듯이 슬쩍 내비췄다. 원래 젊은 청춘을 저당잡힌 채 단호한 결심 속에 법대공부를 한 뒤 몇 년씩 시험공부만 파야, 그리고 시험출제 경향에도 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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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2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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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찬 겨울방학과 ‘포항석유 사건’ 제법 다사다난했던 ‘75년을 보내고 부산집으로 내려와서는 한 일주일여 친구들 만나 남포동 등에서 다방, 당구장, 술집을 전전하며 시간을 보내었다. 이 기간이 지나니까 뭔가 지속적인 나만의 독학 시간을 갖고 싶었다. 가만히 생각하자 일본어 학습을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후배인 신영주가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선택해 배우는 일본어 수업 텍스트를 한두 번 구경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일본이 80년대 중후반까지 지속된 ‘Japan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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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5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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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일사랑과 호기심 및 험난함이 교차된 독일어과 수업 ‘75년 2월 외대 독일어과에 필기시험 합격 후 가진 면접에서 내게 던져진 질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아는 독일 작가들을 대보라’는 것이었다. 대층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괴테, 쉴러, 토마스 만, 하인리히 뵐, 하이네, 릴케, 헤르만 헤세, 루이제 린저’ 등등을 읊어대니 면접교수들이 어쭈 기본은 좀 되었구먼 하는 식으로 고개를 끄떡여 주었다. 첫 대면한 독일어과 이인웅, 오한진, 김광요 교수들이었다.제법 애를 먹고 한 입학이라 입학식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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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6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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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하소설 읽기 ‘74년 2월부터 시작된 삼수생활에서 세상과 거리를 둔 채 내 방에 칩거하며 그 헛헛한 심정을 잊고 견디려면 따로 몰두할 뭔가가 필요했다. 마침 둘러보니 부친이 사다놓은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 전집 20권이 있었다. 당시 한국사회에서도 기업계를 중심으로 필독서 반열에 올라 꽤 많이 회자되던 대하소설이었다. 그 전해에 아마 연고 있는 도서판매 영업사원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사놓은 모양이던데 본인보다 허탈한 시름에 젖은 내가 읽으라고 정시 도착시킨 물건 같았다. 아무튼 여기에 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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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1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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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촌 하숙집 입성 ‘73년 3월 초 모친과 함께 상경하여 미리 구해둔 신촌 연세대 정문 굴다리 옆 창천동 골목에 있는 한옥 하숙 전문집을 찾았다. 부친의 함안국교 동창이라는 강 여사가 부친으로부터 부탁 받고 찾아준 집이었다. 주로 연세대생들이 하숙하고 있었고, 재수생은 나 하나뿐인 듯했다. 내가 지낼 방에 들어가니 룸메이트로서 부산고 출신이라는 연대법대생이 모친과 나를 맞아 주었다. 복학한 20대 중후반의 형이었는데 동향에다 경고 후배라고 잘 챙겨주었다. 첫 날이니 모친도 이 방에서 같이 묵고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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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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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1971년을 보내고 드디어 고3생이 되는 ‘72년을 맞았다. 3학년으로 올라가는 3월이 되기 전 1~2월은 2학년 시절의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기간이라 서로 1년간을 잘 보냈다는 이심전심들 속에 좀 더 친했던 친구들과는 돈독한 우애 나눔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같은 반으로 올라갈 수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리라 예상되니 이제 다가올 고3 전투를 맞이해 서로의 학운을 빌어주는 애잔함까지도 풍겼다. 2월부터는 여러 과목마다 ‘책걸이 파티’라는 종강기념 가요무대가, 반장 부반장이 사가져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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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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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지기를 키우던 고1 시절을 보내고 대입준비에 서서히 시동을 거는 고2 시절을 맞게 되었다. S대 합격자 수를 늘리기 위해 문과 2반, 이과 6반으로 나누었는데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S대 들어가볼 거라고 적성하고는 별 관계없이 이과반을 택해 2-3반에 배정되었다. 가보니 고문(古文) 담당인 영국신사 타입의 안평제 선생이 담임이었다. 1-4반 친구들이 일부 같이 옮겨갔지만 2/3가 새로 본 얼굴들이었다. 이과반이다 보니 수학-II를 하게 되었지만 S대 입시과목들이 이과계에도 국영수 외에 사회과목들과 제2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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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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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 3월부터 꿈에 그리던 경남고 생활이 시작되었다. 중학 3년 동안 우리 부친은 자신의 내면에서는 무슨 동계 진학교라고 이미 결정된 양 경남중 다니는 내게 경남고를 항상 ‘너그 학교’라 마에가리해 불렀다. 전국고교야구대회에 출전한 경남고에 대해 ‘어제 너그 학교가 또 이겼더라’ 하며 아예 세뇌의 못을 수시로 박는 것이었다. 사실 교명의 뿌리도 같고, 동일계로 지냈던 시절도 꽤 있었는지라 경남고는 경남중의 큰 형님집으로서 대부분의 경남중 재학생들은 받아들였지 싶다. 학우들 중 전국 최고라는 경기고 진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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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2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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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적으로는 에로스의 격동이 시작된 중2 시절이 저물면서 점점 무르익는 중3 시절에 접어들었다. 3-8반에 배치된 것 같고 담임은 일반사회 담당의 전병호 선생이었다.이 양반은 부산여중에서 오래 근무하다 경남중으로 전근해 왔기에 학우들이 좋아하는 여중에서 겪은 여러 일화들을 군데군데 섞어가며 수업을 진행해 인기가 꽤 많았다. 국어 선생은 옆반 담임이었던 조달곤 선생으로 여겨지는데 이 양반 수업이 그런대로 기억에 남는다. 특히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1953)를 다룰 때가 압권이었다. 내게는 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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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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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중 1년의 시간을 보내고 2학년이 되기 위한 첫 겨울방학을 맞았다. 크리스마스와 신정을 보내며 영화관 순례와 과외 학습장에 다니던 일상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1월 중순을 지나면서 커다란 사건들이 막 터지는 것이었다. 1. 1·21 무장공비 침투 사건 북한의 정찰총국이 대규모 무장공작원 30여 명을 서울에 침투시켜 청와대 기습으로 박통을 암살하려던 ‘1·21 무장공작원 침투사건’이 그 첫 스타트였다. 신문과 TV 방송에서는 연일 이 뉴스 보도로만 도배질을 했다. 휴전선의 파주 침투로를 통해 거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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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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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중 입학식을 마치고 난 후 배치된 반 소속을 보니 1-8반이고 담임은 미술담당인 유용X 선생이었다. 첫 인상은 금테 안경 쓴 그저 그런 세속적 속물형 풍모였다. 내 짐작이 틀리지 않아 얼마 후 반 친구들이 ‘돈용X’ 선생이라 부를 정도로 처음 만난 경남중 교사치고는 영 ‘아니올시다’였다. 국어, 영어, 수학 선생도 그리 큰 인상이 남지 않는 그만그만한 캐릭터였지만, 생물 여선생(허재순)과 지리(윤종태), 세계사(전병기), 체육(김영민), 음악(신중학) 선생들은 꽤 개성도 있어 다른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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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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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았던 64년을 보내고 65년 3월 5학년에 들어서자 남녀 분반에 의한 대대적인 학급 개편이 일어났다. 후일 중고교 시절에는 해마다 맞이하는 행사였지만, 그때는 4년 만에 처음 맞이하는 상황이라 새로운 변화 환경이 상당히 낯설고 적응에의 심적 부담이 적지 않았다. 아마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던 4학년 시절을 떠나보내고 미지의 환경 속에서 기득권 내려 놓고 다시 나를 올려 세우는 적응을 해야 한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게다. 반 편성이 어떻게 나눠졌는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짐작해 보니 경남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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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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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의하면 토성교는 4학년까지 같이 올라갔다가 5학년 올라가며 남녀 분반으로 한번 헤쳐 모여진 뒤 6학년으로 이어져 졸업 때까지 주욱 이어졌지 싶다. 그래서 4학년은 여학생들과 마지막으로 함께한 시간이었다. 끝까지 남녀공학으로 갔더라면 우리와 같은 기수에 졸업했다던 바니걸스 자매(고정숙+고재숙)와도 같은 반 할 기회가 있었을 뻔했는데 못 이뤄져 그게 많이 아쉬웠다. 3학년 때부터 공부머리가 터지기 시작한 나는 공부 좀 하게 되자 그때까지 그렇고 그런 학생에서 주위 학우들로부터 단연 뜨는 친구가 되기
김재민의 우물쭈물 한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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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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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국민학교(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첫 일주일은 광복동 관재국에 출근하는 부친이 학교 정문 앞까지 동행해 주셨다. 내가 교문을 들어가는 걸 지켜보다 떠나는 부친의 뒷모습을 보면 어찌나 아쉽고도 불안한 마음이 들던지.. 그 다음은 모친이 학교 가는 길을 동행해 주었지만 왠지 과잉보호에 대한 짜증스러움이 더 많아 이때부터 부친의 권위와 그늘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아미동이라는 교육환경을 벗어나고 싶어 했던 모친의 바람대로 우리 가족은 토성동으로 이주해 왔다. 남동생과 여동생이 제 나름대로 성장하는 가운데
김재민의 우물쭈물 한세상
미디어빌
2022.07.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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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미디어빌에 ‘김재민의 2차대전사’를 연재했던 김재민 작가의 자서전 ‘김재민의 우물쭈물 한세상’을 연재합니다. 한국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이제는 노년기에 접어든 1950년대 출생자들의 인생항로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김재민 자서전의 최대 미덕은 굉장히 진솔하다는 것입니다. 원문이 필자가 고등학교 동기 단톡방에 올린 글인 까닭에 동기들의 댓글도 함께 소개합니다. 댓글은 맞춤법을 적용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 전재합니다. 필자 주: 한두 달 후에나 쓸 줄 알았던 자서전 순번이 앞 타자의 일
김재민의 우물쭈물 한세상
미디어빌
2022.07.20 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