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장성 친정집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던 때였다. 시골집 마당에 불을 피워놓고 광주에 사는 친척들과 이웃들이 둘러앉았다. 술 한잔 곁들여 고기를 구워먹으며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찬물을 끼얹는 사람이 있었다. “가훈이 청백전가(淸白傳家)라더니 이야기가 맨날 돈, 돈, 돈으로 흐르네요.”그 말에 신나게 주식시장과 부동산투자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던 나 같은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평소 뾰족한 대쪽 성품의 그 양반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발언수위가 지나쳤다. 하지만 어색한 웃음으로 넘겼다. 오랜만에 만났고, 다시 안 볼 사
선배언니랑 함께 존경하는 여류 선생님을 뵈었다. 운 좋게 찾은 맛집 점심에 이어 '인생팥빙수'를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북촌 일대를 쓸고 다니다가 정독도서관이 나오자 그늘 벤치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정독도서관의 문향이 경기고 시절부터 이어져온다는 이야기를 하다 선생님의 절친 이남곡 선생님으로 생각이 번졌다."이남곡 선생님이 소년시절에 여기 다니셨겠네요.대단하세요. 그 시골 함평중학교에서 곧바로 경기고 입학이라니.""중학교 졸업하고 어머니 손잡고 서울 올라오셨다더만. 그때는 경기고가 대단한지도 모르고 얼결에 시험치셨다고.""네?
다시 오월이 왔다가 간다. 동네 구립도서관 어두컴컴한 서가를 뒤적이는데 5·18을 소재로 한 중편소설, 가 눈에 띄었다. 얼마 전 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일곱 권이나 꽂혀 있다. 망설이다가 그중 한 권을 빼서 대출데스크로 가져가니 자리에 앉아 있던 청년이 반색을 한다. 내 과잉된 자의식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훌륭한 책을 선택한, 개념 있는 사람을 만나서 반갑다는 듯한 표정이다. 그런 청년이 아주 반갑지만은 않았다.집에 와서 앞 페이지를 열어보니 초판은 2014년 5월에 발행됐고 이 책은 그해 6월 찍
아침엔 우유 한잔 / 점심엔 패스트푸드 / 쫓기는 사람처럼 시계바늘 보면서 /거리를 가득 메운 / 자동차 경적소리 / 어깨를 늘어뜨린 학생들 / THIS IS CITY LIFE!모두가 똑 같은 얼굴을 하고 / 손을 내밀어 악수하지만 / 가슴 속에는 모두 다른 마음 /각자 걸어가고 있는 거야 /아~무런 말없이 어디로 가는가 / 함께 있지만 외로운 사람들-1993, 넥스트의 .삼십년 전에 나왔지만 이 시대 서울의 삶을 묘사했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미적 감각이 앞서간 노래다. 현대적 도시생활의 숨 가쁜 리듬과 힘차지만 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