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나 외과 등 소위 기피 과, 의료 취약 지역에서 일할 의사의 '일정 부분'공무원처럼 육성하자고 주장하는 이유>

 

1. 1990, 제가 조선일보에 입사할 때 특별상여금을 포함한 연봉이 2000만 원 정도였습니다. 당시 삼성전자 과장 초봉이 1500만 원 정도였고요. 일은 고되지만, 끗발도 좋고 월급도 무척이나 많고... 서울대 졸업생 중 신문기자가 되려는 이가 많았던 것은 그런 까닭이었지요.

 

2023, 조선일보 정규직 기자의 초봉은 5000만 원이 절대로안 될 겁니다. 삼성전자 초봉(특별성과급 포함)9000만 원 정도이고, 중소기업은행 초봉이 5272만 원이랍니다.

 

신문기자라... 일은 고되고, 자칫하면 기레기 소리나 듣고... 그나마 잘 팔린다는 조선일보 연봉이 이 정도인데, 다른 신문은 어떨까요? 신문기자 인기가 확 떨어질 수밖에요.

 

2. 사람은 거의 대부분 같습니다. 지극히 이타적인 사람이 아닌 이상, 투자와 대비해서 결과가 좋은 것을 선호합니다. 물론 저도 그런 사람의 하나이고요. 1억 원 들였는데 2억을 버는 것보다는, 3억을 버는 게 더 좋습니다. 이것을 이기심이라고 욕하지 마십시오. 그게 인간 역사를 발전시킨 원동력이니까!

 

3. 이제 본론입니다.

 

소아과나 산부인과 의사가 힘들다는 보도가 언론에 자주 등장합니다. 속초나 산청 등지 의료원에서 일할 의사가 없다는 보도도 자주 눈에 띄고요. 속초 의료원에서는 연봉 3억 원을 제시했는데도 지원자가 없자, 4억 원으로 올렸더니 그제야 지원자가 나오더랍니다.

 

급기야, 어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의료 정책이 잘못됐다. 소아과 등의 수가는 모자란다면 국고로라도 지원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어린이 입원 환자를 만나 격려하고 있다. photo 대통령실사진기자단/동아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어린이 입원 환자를 만나 격려하고 있다. photo 대통령실사진기자단/동아일보

좋습니다. 한데 얼마를 어떻게 지원할 생각인가요? 그 돈, 죄다 세금이든 건강 관련 보험료 올려서 지급할 돈 아닌가요?

 

우리 냉정하게 따져봅시다. 똑같이 공부 잘해서 의대를 갔습니다. 한데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가면 평균 연 3억 원을 벌고, 그보다 의료 사고 가능성도 높은 소아과나 산부인과 외과를 가면 연 15000만 원을 번다? 그러면 아무도 소아과나 산부인과를 안 가려고 할 겁니다. 일은 더 고되고, 돈도 적게 버는데?

 

이게 2023년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의사로 연봉 2억 원을 벌 수 있다면, 누가 지방에서 연 3억 원 받고 일하려고 할까요? 우선, 자녀 교육에서부터 걸릴 터인데요!

 

4. 의사들이 대도시에 몰리고, 돈 되는 과에 몰리는 것을 탓할 수 없습니다. 저라도 의사라면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에서 일하려고 할 겁니다. 그러니 그것 탓하지 말자고요.

 

다만, 소아과나 산부인과 외과 등 기피 과의 문제를 기화로 삼아서, “수가를 전반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는 말자는 겁니다.

 

의사가 전반적으로 먹고 살기 힘든데, 의대 커트라인이 이리도 올라가나요? 미달 등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서울대 사학과 커트라인이 서울대 법대보다 높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지요? 왜 그랬을까요? , 율사가 사학자보다 더 우대받기 때문입니다. 2023년 의대 커트라인도 이렇게 봐야만 하고요.

 

그러니 의사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야기는 제발 하지 마세요. 그대들보다 훨씬 힘들게 먹고 사는 사람이 대한민국에는 99%입니다. 당신들이 고등학교 때 공부 잘한 것으로 지금처럼 잘 먹고 잘사는 것은 인정하겠는데, “여기서 더 벌어야 한다, 더 대접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제발 하지 마십시오. 정말로 추하고 탐욕스럽게만 보입니다.

 

5. 의대생을 일반 대학에서 늘린다면, 기피 과와 의료 취약 지역에 의사들이 충원될까요? 천만에요! 그 친구들도 죄다 대도시에서 그리고 돈 되는 피안성에 가려고 할 겁니다.

 

돈 더 벌고, 의료 사고 위험도 낮고... 그렇다고, 산부인과 소아과 등의 수가를 어떻게 더 높일까요? 세금 더 때려부어서요? 아니면, 건강 관련 보험료 확 더 올려서요? 건강 관련 보험료(장기요양보험료 포함)가 직장인의 경우 소득의 9%에 육박한 것은 잘 아시죠? 여기서 더 늘리자고요? 명색 보험이라는 이름을 붙인 상태에서요?

 

의사들이 피안성에 몰리고, 대도시에 몰리는 것, 제발 욕하지 마십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라도 그렇게 행동할 것이니까!

 

제가 보기에, 해법은 기피 과와 의료 취약 지역에서 평생 일할의사를 '일정 부분' 뽑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명칭이 공공의대든 뭐든 시니피앙(=명칭)은 상관없습니다. 그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평생 해당 과, 혹은 해당 지역에서 일하게 하면 됩니다.

 

의료 취약 지역에서 평생 일할 의사를 뽑는 것은, 거주 이전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 아니냐고요?

 

무슨 말씀요? 그 사람들이 서울에 살든 LA에 살든 무슨 상관요? 다만 개업이든 지자체 소속 병원이든 그 지역에서 하라는 겁니다. 그 사람들이 어디서 거주하든 무슨 상관요?

 

교사나 군인은 근무 지역을 국가가 임명합니다. 군인은 국방부겠고, 교사는 지방교육청입니다. 그분들, 근무 지역을 국가가 지정했다고 거주 이전의 자유를 박탈한 것인가요?

 

6. 마지막으로...

 

공공 의대에서 의사 나오면 질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의사들이 많이 하는데...

 

걱정 붙들어 매세요. 그 사람들 연봉이나 대접이 연대 공대 출신보다는 높을 것이니, 커트라인도 연대 공대보다는 높을 겁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간 84년의 경우, 연대 공대보다 커트라인이 낮은 의대가 숱했습니다. 아닐 것 같나요? 당시 대학 배치표라도 그럼 찾아보세요.

 

한데, 그분들 지금 죄다 돌팔이 의사인가요? 제가 보기에는 서울대 의대 출신만큼 훌륭한 의사들도 많던데요?

신형준 캐리커처 photo 신형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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