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독과 번아웃의 상관관계

Dr.G 이주호 대표 제공
Dr.G 이주호 대표 제공

아침 7시 출근, 12시 퇴근이 일상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토요일도 평일처럼 일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씻자마자 잠에 곯아 떨어지기 바빴습니다. 휴일에도 부족한 잠을 보충하느라 아이들과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했습니다.

어쩌다가 아이들과 잠깐 놀아줄때도 제 머릿속은 온통 회사와 일 생각 뿐이었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상사들로부터 관심과 인정을 독차지했습니다. 회사 일에 올인하는 저에게 파격적인 연봉 인상과 남들보다 빠른 승진으로 보상해주었습니다.

저에게는 회사 일이 인생의 전부였습니다. 모든 것의 최우선 순위가 일이었습니다. 가족들은 안중에 없었습니다. 친구들을 만나지도 않았습니다.

일보다 가족이나 취미를 우선시 하는 사람이 한심해보였습니다. 열심히 일하지 않는 동료들을 마음 속으로 얕잡아보고 무시했습니다.

때로는 극심한 피로감과 탈진을 겪기도 했습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과 짜증으로 주변사람을 힘들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직한 회사에서 예전만큼 인정과 관심을 못 받게 되자 심한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예전 회사로 도망치듯 다시 돌아왔습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야근이 반복되는 일상이었지만 엄마품에 돌아온듯이 마음은 편해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저를 열심히 일하게 만든 것은 일에 대한 열정보다 불안감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마치 학창시절 부모님께 칭찬받으려고 공부한 것처럼, 회사에서 상사에게 인정받으려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리고 그 인정과 관심의 빛이 약해지면 제 존재가 초라하게 느껴지고 우울해졌습니다. 나보다 다른 사람이 더 주묵받으면 참을 수 없었습니다.

일중독도 엄연히 질병입니다. 문제는 주변에서 일중독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회사 입장에선 가정과 개인의 여가를 희생해가며 회사 일에 매진하는 직원이 대견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결국은 가장 중요한 것들로부터 멀어지는 길입니다.

내가 지금 남들보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일하는 것이 기쁘고 재미있어서인지, 아니면 직장을 잃거나 인정과 관심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서인지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전자라면 다행이지만, 후자라면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거나 스스로 내면과의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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