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王이 개회 선언을 하고 있는데도 앉아 있다가 뒤늦게 일어나

23일 오후 8시 열린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특이한 장면이 나왔다.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나루히토 일왕이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 스가 총리, 고이케 도쿄도 지사가 앉은 채 있다. photo 닛칸스포츠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나루히토 일왕이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 스가 총리, 고이케 도쿄도 지사가 앉은 채 있다. photo 닛칸스포츠

대회명예총재를 맡고 있는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개회 선언을 하던 때, 옆에 앉아 있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가 당초 착석한 채였던 것이 일본 전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일왕은 저는 여기에 제32회 근대 올림피아드를 기념하는, 도쿄 대회의 개회를 선언합니다라고 선언했다. 일왕은 일어나서 선언을 시작했지만, 그 때는 총리도 지사도 착석한 채였다. 일본서 이것은 대단한 불경죄에 해당한다. 사태를 깨달았다고 보이는 고이케 지사가 먼저 일어나고, 이어서 스가 총리도 재촉 받듯이 해서 바로 일어났다. 그 모습은 NHK 중계에도 비쳤다.

일본 전국에서는 난리가 났다. 일본에서 왕실은 다른 나라의 왕실과 위상이 다르다. 일본 왕실은 현존하는 각국 왕실 중 역사도 가장 오래 됐지만, 에도 시대에 고쿠가쿠(國學) 성행한 까닭에 일왕은 일본인의 공통 조상으로 신격화돼 있다. 우리에게는 전범으로 알려진 히로히토(裕仁) 일왕이 지난 1989년 사망했을 때 일본인들이 보인 광기에 가까운 통곡사태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이것은 일본 왕실의 특수성을 알고나면 납득이 될 것이다. 맥아더 장군이 일본을 접수할 수 있었던 것도 왕실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본 공산당도 왕실에 관한 한 언급을 못하는 게 아직도 일본의 현실이다. 일본 언론들도 왕실 보도 시에는 ‘~하셨다는 존칭을 사용한다.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자. 정치에는 무관심한 일본 풍토서는 드물게 비판 일색이다.

황실이라는 것에 대한 경의란 일본인의 혼() 그 자체에 대한 경의인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본의 황실이란 그러한 존재다.”(아이디 Yopio)

이야말로 언어도단의 사태다. 스가와 고이케는 즉각 사임하라.”(아이디 X)

중계를 보다가 순간 눈을 의심했다. 자민당 정치가는 이번 가을 선거에서 일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아이디 coc*****)

폐하가 말씀을 하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지 않는 총리와 지사. 불경에도 정도가 있다.”(아이디 ha******)

이런 추태가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는 것, 일본 국민으로서 부끄러울 따름이다. 두 사람 모두 부끄러운 줄 알라!”(아이디 pur*****)

이 올림픽 영상은 영구 보존되므로 스가 총리는 불경(不敬)의 총리로서 미래 영원히 기억되게 될 것입니다.”(아이디 hamanakonishi)

세계를 향해서 최고의 실태(失態). 가까운 선거에서 철퇴를 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아이디 tsu*****)

몇 번 봐도 불쾌... 대체 뭔데 폐하와 같은 열에 좌석이 배치돼 있는지조차 불쾌...”(아이디 ZERO)

천황폐하가 일어나 계신데도 몸을 뒤로 젖힌 채 앉아 있는 총리와 지사의 신경이 이해가 안 된다. 두 사람은 정말로 일본인인가? 어쨌든 이걸로 스가 내각의 운명은 다했다. 보수층이 완전히 버렸을 것이다.”(아이디 G*******)

/ 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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